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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돌봄과 회복

불편한 감정을 껴안는 법: 수용과 전념의 힘

by healingmi 2025. 4. 24.

감정을 없애려 말고, 안아주세요: 수용전념치료(ACT)

🌿 한눈에 보기: 감정을 없애려 말고, 안아주세요
✔ 수용전념치료(ACT)는 감정을 통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훈련입니다
✔ 불편한 감정을 수용하고도 삶의 방향(가치)을 향해 행동하는 힘을 길러줍니다
✔ “나는 지금 불안한 생각을 하고 있어요”처럼 감정과의 거리 두기가 핵심입니다
✔ 핵심 기술: 수용, 인지 탈융합, 현재 머무르기, 가치 인식, 전념 행동
💡 감정은 싸워야 할 적이 아니라, 껴안고 걸어갈 수 있는 동반자입니다

“그만 생각하고 싶은데 자꾸 떠올라요.” “불안한 감정이 계속 밀려오고,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이 감정을 없애야만 내가 다시 일상을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고통스러운 감정은 때때로 너무 강해서, 그 감정이 삶을 집어삼킬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감정을 없애려’ 애쓰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더 바쁘게 움직입니다.

하지만 정작 그런 회피는 감정을 사라지게 하기보다 더 집요하게 되돌아오게 만듭니다. 수용전념치료(ACT)는 이와 반대로 감정을 없애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수용한 채로 내가 소중히 여기는 삶을 살아가는 것을 제안합니다.

감정을 수용하고 평온히 머무는 마음 상태를 상징하는 창가의 여성 일러스트

ACT(수용과 전념 치료)란 무엇인가요?

ACT는 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의 약자로, 감정을 억누르거나 통제하려는 대신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와 동시에 자신이 진정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삶의 방향(가치)을 향해 행동으로 나아가도록 돕는 심리치료 접근법입니다.

ACT는 고통 없는 삶을 약속하지 않습니다. 대신, 고통을 안고도 살아갈 수 있는 방향을 함께 찾아줍니다. 그 안에서 사람들은 더 자유롭게, 더 유연하게 반응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됩니다.

ACT에서 말하는 '심리적 유연성'이란?

심리적 유연성(Psychological Flexibility)은 상황과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나에게 중요한 가치에 따라 삶을 설계해 나가는 능력을 뜻합니다.

ACT는 이 심리적 유연성을 기르기 위해 다음 6가지 핵심 과정(핵심 기술)을 제시합니다.

  • 1. 수용(Acceptance): 불편한 감정과 생각을 억지로 바꾸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태도
  • 2. 인지적 탈융합(Cognitive Defusion): 떠오른 생각이나 감정이 곧 ‘사실’이라는 믿음에서 벗어나기
  • 3. 현재에 머무르기(Mindfulness): 지금 이 순간, 내가 있는 곳에 주의를 두고 머무르는 연습
  • 4. 자기로서의 자각(Self-as-Context): 변화하는 감정과 생각을 관찰하는 ‘나’를 인식하기
  • 5. 가치(Value): 내가 진심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삶의 방향 인식하기
  • 6. 전념 행동(Committed Action): 그 가치를 기준으로 구체적인 삶의 행동을 선택하고 실천하기

이 모든 과정은 감정을 없애기 위한 게 아니라, 감정이 있어도 움직일 수 있는 나를 만들어주는 훈련이에요.

감정을 수용한다는 건 무슨 뜻일까?

ACT에서 말하는 수용은 ‘좋게 생각하자’는 의미가 아닙니다. ‘지금 내가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구나’, ‘이 감정이 떠오르는 것도 내 일부구나’라고 감정을 억누르거나 부정하지 않고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에요.

예를 들어 “나는 실패자야”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아니야, 나는 잘하고 있어”라고 밀어내기보다 “이런 생각이 드는구나”라고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보는 것입니다.

실제 연습: 수용과 전념 실천 루틴

① 감정 이름 붙이기

마음이 복잡할 때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은 무엇인가요?”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불안’, ‘두려움’, ‘혼란’, ‘좌절’ 같은 단어로 감정에 이름을 붙이면 감정과 나 사이에 약간의 거리감이 생기고, 감정에 끌려가지 않을 수 있어요.

② “나는 지금 ~한 생각을 하고 있어”라고 표현하기

예를 들어 “나는 지금 ‘나는 못해낼 거야’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 이렇게 말해보면, 생각에 몰입되기보다 그 생각을 바라보는 나를 자각할 수 있게 됩니다.

③ 가치 목록 적어보기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삶의 방향은?’ 예: 배려 깊은 사람, 정직한 삶,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태도 등 자신의 가치를 적어보는 것만으로도 삶의 중심이 조금씩 바뀔 수 있어요.

④ 작고 구체적인 전념 행동 시작하기

감정이 힘들어도, 그 감정 속에서 할 수 있는 행동을 찾아보세요. 예: 불안하지만 산책하기, 두렵지만 친구에게 연락하기, 지쳤지만 아침에 침대 정리하기 등

이런 작고 구체적인 실천이 쌓이면 “나는 감정이 있어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라는 내면의 힘이 자라나게 됩니다.

감정은 적이 아니라, 내 삶의 일부입니다

ACT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감정은 없애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동반자다.”

불안, 슬픔, 분노, 후회 같은 감정은 모두 내가 소중히 여기는 삶을 살아가려는 과정에서 마주치게 되는 자연스러운 반응이에요.

이 감정들이 나를 흔들어 놓을 수는 있어도, 내가 어떤 삶을 살아갈지는 여전히 내 선택입니다.

결론: 아픔을 껴안고, 의미를 향해 걷기

고통스러운 감정은 우리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을 잃었기에 슬프고, 실패를 두려워하기에 간절하고, 지키고 싶은 것이 있기에 불안한 거예요.

그러니 그 감정을 없애려 애쓰기보다, 그 감정을 안고도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찾아보세요.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이 있어도, 나는 여전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수용은 포기가 아니라, 다시 나의 삶으로 복귀하는 첫걸음입니다.